음악과 책, 그리고 기억의 조각들이 만나 만들어낸 한 권의 믹스테입. <초원서점 믹스테입>은 사라진 서점의 사장이 남긴 이야기로, 음악을 통해 지나간 시절을 되돌아보게 한다. 독특한 구성과 진솔한 문장들이 기억의 편린을 자극한다.
책과 음악, 그 중간 지점에서
영화 <시네마 천국>을 좋아한다는 것만으로 누군가의 정서와 성향을 짐작할 수 있다면, <초원서점 믹스테입>의 저자도 그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음악과 삶, 그리고 서점이라는 공간이 하나로 이어진 흐름 속에 책은 존재한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마치 DJ처럼 사연을 읽고 곡을 선곡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만큼 이야기에 음악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QR코드를 통해 음악을 직접 들을 수 있게 구성한 것도 흥미롭다. 단순한 책이 아니라 오감으로 읽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초원서점이라는 작은 우주
초원서점은 이제는 문을 닫았지만, 그 공간 안에 쌓였던 이야기는 이 책을 통해 여전히 살아 있다. 저자는 책을 팔고 공간을 꾸미는 단순한 운영자가 아니라, 책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음악을 통해 사람들과 감정을 공유하는 사람이었다.
- 1. 독립서점이지만 자신만의 색이 확실한 운영 철학
- 2. 책과 음악을 매개로 한 사람과의 연결
- 3. 책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읽은 후 공유하는' 방식
이러한 방식은 독립서점이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라기보단, 저자가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 같았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노래
책 속에는 1980~90년대의 음악들이 자주 등장한다. 장덕, 변진섭, 양수경 같은 이름들이 페이지 사이사이에서 반짝인다. 지금은 떠나버린 아티스트들에 대한 기억도 따라온다. 책이 음악을 끌어내고, 음악은 또 다른 기억을 이끌어낸다.
노래 제목만으로도 그 시절 나이트클럽의 열기가 느껴지고, 누군가는 그 노래를 들으며 첫사랑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독자는 저자의 플레이리스트를 따라가면서, 어느새 자기만의 기억을 되짚게 된다.
편집의 감각, 이야기의 흐름
책의 구조가 단순하지 않다. 이야기에서 음악으로 이어지고, 다시 사람의 이름으로 이어진다. 흐름이 복잡할 수도 있지만 저자의 방식은 오히려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야기 A에 음악 B를 섞으면, 감정 C가 탄생한다. 이 감정은 독자의 것일 수도, 누군가의 것이 될 수도 있다. 편집의 감각, 감정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능력이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든다.
책을 쓴다는 것은
글을 읽으며 한 가지 확신이 생겼다. 책을 쓴다는 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누군가의 ‘존재 방식’을 보여주는 일이라는 것. 초원서점 사장은 자신의 삶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구성해냈고, 독자는 그 삶을 따라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되짚어보게 된다.
지금은 책방이 사라졌지만, 저자의 삶은 이 책 안에서 이어진다. 또 다른 공간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만날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나도, 글로 말하고 싶어진다
책장을 덮으며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내 이야기를 언젠가 책으로 남기고 싶다는 것. 그게 에세이든, 소설이든, 혹은 이런 믹스테입 같은 새로운 형식이든 말이다. 초원서점 사장은 나에게 용기를 준 셈이다.
마무리 정리
<초원서점 믹스테입>은 단순한 책 소개가 아니라, 책방 주인이 음악과 삶을 엮어 들려주는 진솔한 이야기다. 음악이 흐르는 책장, 그리고 그 사이사이 피어나는 기억과 감정들. 독특한 편집 방식과 진심 어린 문장이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든다. 책을 사랑하고,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 한 권의 믹스테입은 오랜 여운을 남긴다.